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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정원 전날 휘몰아치던 바람은 비구름을 몰고 올려고 그랬나보다. 한두방울 내리던 비가 이내 눈이 되어서 내리더니 눈은 다시 비로 바뀌어 여름비 처럼 많이 내린다. 오래간만에 비다운 비가 내린다. 그동안 찔끔찔끔씩 내리던 비는 공기중의 황사를 고스란히 자동차 보닛에 내려놓고 도망가곤 했다. 봄에 내리는 비는 갓 새잎은 낸 나무에게는 생명수처럼 보인다. 새순에 내려 앉은 빗방울은 투명한 구슬이 되어 잎사귀의 굴곡면을 따라 흐른다. 나뭇잎과 빗방울의 만남을 한동안 처다보고 있으니, 숲속에 나와 앉아 있는 듯하다. 내리는 비를 처다보다보니, 내가 아파트라는 공간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게 해준다. 아파트의 저층에 사는 덕에 베란다에서 빗방울에 부딧치는 나무의 새순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하루종일 비가 내려주.. 2013. 4. 21.
이런 집... 밤이 깊어가는데, 주위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린다. 다수가 모여사는 공동 주택인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집에서 9시가 지나면 조용히 해야 한다는 공동주택의 생활 예절이 생각난다. 행여 늦은 시간에 화장실을 갈라치면 아래층에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은 나이가 들어갈 수록, 날로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어쩌면, 아파트는 우리의 생활마저도 규격화시키는 것 같다. 이럴때면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말이 있다. "에이, 개인주택에 살면 좋을 텐데." 이런 집에서 다시 한번 더 살아 볼 수 있을까? 2013. 4. 7.
파노라마 유혹 Noblex Pro 150E2 렌즈가 회전하는 파노라마 카메라 Noblex Pro 시리즈 노블렉스 Pro 150은 120mm 필름을 사용하는 파노라마 카메라이다. 120mm 필름으로 6장을 촬영할 수 있다. 6장을 찍을 수 있으니 촬영할 때 한컷, 한컷에 신경을 써야한다. 노블렉스 파노라마 카메라의 촬영 화각은 146도 정도이다. 사람이 두눈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각이 60도정도라고 하니 사람의 시야각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넓은 범위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이다. 노블렉스 파노라마 카메라의 길이는 대략 21cm이다. 일반 DLSR 카메라에 비하면 몸집이 큰 편이다. 한번 촬영되는 필름의 크기가 5cm x 12cm임을 감안한다면 120mm를 사용하는 여타 파노라마 카메라에 비해 그다지 크지 않다. 린호프나.. 2013. 3. 30.
부활 계란 부활절(Easter)이다.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며 교회는 부활계란을 장식하여 나누어 먹는다. 부활계란의 유래는 다양하다. 그중에 골고타 언덕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시몬이 계란장수였는데, 십자가를 짊어진 후에 집에 가보니 계란이 모두 무지개색으로 변했다는 데서 부활계란이 유래한다는 설과, 십자군 전쟁때 전쟁터에 나간 남편이 부인이 만든 (자신의 집안 가훈으로 장식한) 계란을 보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설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사순제의 금육 기간 동안에 소비하지 못하고 쌓인 계란을 처분하기 위해 부활계란이 나왔다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부활계란을 먹을 수 있는 기쁜 부활이다. 부활계란을 만든다고 집사람이 계란 한판을 사다가 아침부터 삷고 있다. 삶아진 계란을 보니 참을 수 없어서 한개를 ... 계.. 2013. 3. 30.
미사보 주머니 이번 주는 부활절이다. 부활절을 맞아 성당에서 영세식이 있다. 집사람이 대모(代母)를 섰다면서 대녀(代女)에게 줄 선물을 만들고 있다. 평소에 퀼트를 좋아하는 집사람이 대녀에게 선물할 퀼트 미사보 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침침해져가는 눈때문에 환하게 조명을 밝혀가며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는 것을 보니 안스럽다. 가게에서 예쁜 미사보 주머니를 사서 선물하지 안보이는 눈으로 고생을 사서한다고 안스러운 마음에 집사람에게 괜한 핀잔을 준다.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는 것을 쳐보다보니, 어느새 밤12시를 훌쩍 넘겼다. 모양을 대충 만들고 이제는 단추를 달려고 한다. 나무로 된 물고기 모양의 단추가 앙증스럽다. 단추가 예쁘다는 생각보다는, 어디서 저런 단추를 구했는지가 더 신기하다. 미사보 주머니의 색상과 잘 .. 2013. 3. 27.
커피 생두 볶기 오늘은 커피를 볶는 날 전문 로스터기가 없는 상태에서 커피를 볶아 봅시다.우선 생두를 준비합니다. 오늘의 커피는 아래와 같이 도미나카 생두입니다. 생두의 무게를 재기위해 저울을 영점 조종합니다. 생두 400g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로스팅의 주인공, 무쇠 냄비를 소개합니다.국과 찌게가 많은 한국인의 조리법에는 적당하지 않고,튀기고 볶는 요리에 진가를 발휘하는 무쇠냄비 올시다.왜냐구요? 국이나 찌게를 하고 나면기름칠을 잘 해 놓아도 녹이 슨다고 집사람이 그럽디다. 무쇠 냄비에 생두를 넣고 볶기 시작합니다. 2분이 지났습니다. 생두 색깔이 그대로 입니다. 4분이 지났습니다.약간 노란끼가 돕니다. 6분이 지났습니다.성질 급한 넘은 벌써 갈색으로 변했습니다. 8분이 지났습니다.볶는 소리가 요란합니다.이제는 생두가.. 2013. 3. 24.
겨울 별미 석굴 유성 장날이다. 겨울의 별미인 석굴을 1봉지 샀다. 정확히는 한자루를 샀다. 1망에 15,000원으로 가격이 아주 착하다. 무게가 꽤 나간다. 대략 10kg은 되는 것 같다. 물론 전체 무게중에 껍질의 무게가 약 3/4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집으로 옮겨와서 풀어 놓았다. 풀어 놓으니 빛깔이 좋다. 요리를 하기 위해 껍질에 붙은 흙과 껍질조각의 청소가 필요하다. 석굴의 껍질이 날카로으므로 잡갑을 끼고 흐르는 물에 솔로 청소한다. 청소한 굴을 채에 밭치니 꽤 먹음직하다. 삶기위해 찜기로 이동. 약 15분 정도를 스팀으로 익히니, 입이 벌어진다. 김이 솔솔나는 것이 맛있어 보인다. 껍질을 벗기니 김이 모락모락나는 맛나는 굴이 보인다. 한입에 꿀꺽! 어느새, 빈껍질만 나딩군다. 2013.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