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지쳐서,
업무에 바뻐서 미루던 일이 었는데,
세남자가 가정을 팽개치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섬진강 자전거길 종주에 나섰다. 당초 계획은 대전-전주를 거쳐 강진에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려고 했다. 섬진강 종주길이 대중에게 잘 알려진 터라, 전주에세 강진까지 가는 시외버스의 짐칸은 이미 자전거로 차있어서 자전거를 더 이상 싫을 수 없는 상태이다. 전주에서 강진가는 다음 차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있어서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전주-(시외버스)-임실-(군내버스)-강진 노선을 선택했다. 전주-임실간 시외버스(약 50분 소요) 임실-강진간 군내버스(약 30분 소요) 군내버스? 군내버스라는 말이 생소한데, 시내버스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시내버스가 시내에서만 운행을 하듯이 군내버스는 군내에서 운행하는 일종의 시내버스인 셈이다. 임실-강진간 군내버스는 짐칸이 크지 않아 자전거를 짐칸에 싣을 수 없으나 (기사 아저씨에게 박카스를 들이밀며 부탁하면) 차안에 싣어준다. ^^ 우여곡절 끝에 강진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강진 터미널에는 이미 많은 수의 자전거 여행자들이 여행 준비를 하고 있다. 섬진강 종주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다. 약 30분을 지나 만난 시골길 다리, 비가 오는 날이면 물이 다리위로 넘친다고 한다. 섬진강 코스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생각하는 지점이다. 강변을 끼고 만들어진 길은 자전거가 아니라 산책을 해도 좋을 만큼 풍경이 수려하다. 봄이 찾아와 산에 샛순이 돋을 때, 다시 오리라. 나그네들의 지친 몸을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나무 발코니가 넓직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쳐다보는 섬진강의 모습이 가히 절경이다. 우리 여정의 목적지인 광양이 멀게만 느껴진다. 남도의 봄은 매화로 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몸으로 봄을 느끼고 있다. 다리 이름이 생각이 나질 않으나, 다리위의 풍경이 아주 절경이다. 다리위에서 본 섬진강 주변 모습 약간의 언덕은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일종의 셀카? 이번 여행을 위해 준비한 짐받이와 가방과 일체형인 패니어다. Topeak사 제품인데 약 22L의 용량으로 제법 많은 양의 짐을 싣을 수 있다. 라이딩 시간이 길어지면 배낭의 무게가 시간에 비례하여 어깨를 짓누르는데 저녁때면 배낭의 무게로 어깨가 아프곤 했다. 패니어를 장착한 후로는 오후의 어깨 통증으로 부터 해방이 되었다. 섬진강변을 달리는 동료 라이더 점심을 먹기 위해 이름 모를 동네의 마을 회관 앞에 자전거를 세웠다. 준비해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미리 준비한 물과, 버너, 코펠로 야외에서 먹는 라면의 맛은 말을 안해도 알 것이다. 더욱이 맛나는 막걸리와 함께하는 점심 식사는 임금님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이다. 강진에서 곡성까지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 드물다. 특히 자전거를 타는 계절이 아닌 지금과 같은 때는 강진-곡성 구간에 1개의 식당(매운탕집)만이 있었다. 군데 군데 3개 정도의 식당이 있었으나, 비수기인 관계로 모두 문을 닫고 영업은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비수기에 이구간을 여행하실 분이라면 점심 식사를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본넘들이 우리나라의 곡식을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향가터널이다. 향가터널의 내부는 조명을 해놓아서 제법 운치가 있다.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시는 동료분의 자전거. 미니 자전거의 명품인 브롬톤(Brompton) 미니 자전거이다. 핸들 앞부분에 가방을 장착할 수 있으며, 핸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가방의 크기가 약20L로 2박 정도 짐은 거뜬히 소화한단다. 경치 좋고! 도깨비 마을 초입에 서있는 거대 도깨비. 왠지 동화속에 나오는 도깨비같지 않게 무섭게 생겼다. 이번 여행에 참가한 자전거들 섬진강 자전거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한옥민박집 두가헌 두가헌에서 인증샷 곡성 천문대앞이다. 캠핑촌이 형성되어 있으며, 아직 캠핑을 하기에는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여러 종류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캠퍼들이 요리하면서 풍겨대는 냄새는 지친 자전거 여행자의 몸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우리의 지친 몸을 뉘울 수 있는 민박집이다. 이동네 이장님이 운영하시는 민박집인데, 이장님이 영업에는 관심이 없으신가 보다. 1박을 하고 떠날 때까지 집주인을 만나질 못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비교적 깨끗하게 꾸며진 집으로, 행여 주변을 지나시는 자전거 여행객이 계신다면 숙박을 권하고 싶다. 이제부터는 벚꽃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그런데 벚꽃이 아직 피지를 않았다. 벚꽃대신 강가의 나무에 새순이 돋고 있다.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이름이 "구례역"이 아니라 "구례구역"인 이유는 무엇인가? "구례구"라는 지명은 없는 것 같다. 지역 해설사로 활동하시는 분으로 부터 역의 이름이 "구례구역"으로 지어진 이유를 듣고 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침은 이곳에서 섬진강에 왔으니 재첩국을 먹어야지요! 쌍계사를 앞에 두고 잠시 휴식을... 화개장터다. 10년전에 왔을 때에 대학시절에 방문했던 화개장터의 모습을 기대하고 보았던 장터의 모습이 도시화된 것을 보고 적잖이 실망을 했었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10년전에는 도시화된 장터에 실망했다면 지금은 관광지화된 장터의 모습을 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가 기대하는 시골의 장터 모습이 아니라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점들이 늘어선 모습이다. 화개상점을 뒤로하고 10리 벚꽃길인 쌍계사 벚꽃길로 접어 들었다. 다행이 이곳은 벚꽃이 일부 피어 있다. 벚꽃을 보는 눈만 호강할 것이 아니라 입과 코도 호강을 시켜주기 위해 찻집에 들렀다. 차와 함께 주신 매화차, 모시떡 등이 우전차와 잘 어울려 입과 코가 호강한 것은 물론이요 몸에 쌓여 있던 피로도 한꺼번에 씻겨져 나가는 듯하다. 개운하다! 매화마을을 지나고 있다. 매화마을답게 온천지가 매화나무이다. 온동네에 매화향수를 뿌린 듯이 매화향기가 가득하다. 차를 타고 가면 느끼지 못할 자전거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아닐까? 매화 향기에 취하고 좋은 풍경에 넋을 잃고 있다. 자전거 여행의 증거를 남기기에 좋은 장소를 발견하였다. 브롬톤 자전거 여행자 하드테일 자전거 여행자 또 다른 하드테일 자전거 여행자 섬진강 전경이 보기 좋다. 섬진강 하류로 갈 수록 백사장이 넓게 펴쳐진다. 백사장위로 누워있는 젊은 청춘이 보기가 좋다. 당초에 광양에 가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했다. 이미 전주에서 섬진강을 여행하면서 봐왔던 많은 자전거 여행자들의 종착지가 광양인 것을 알고 있기에 광양에서 버스를 타는 것이 수월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코스를 변경하여 하동으로 향했다. "하동-(시외버스)-진주-(고속버스)-대전" 코스를 잡기로 했다. 그런데, 부산으로 가는 버스가 연착하여 부산을 가는 사람들이 진주행 차를 잡아 타고 있다. 진주를 거쳐 부산으로 가는 것이 수월하단다. 그래서 하동-진주간 버스도 자리 잡기가 수월치 않은 상황이다. 다행이 진주가는 버스를 줄서서 탈 수 있었다. 진주에 도착하니, 대전행 시외버스는 이미 매진이 되었고, 고속버스도 심야에 출발하는 것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다행히, 예약을 취소한 표가 생겨서 일찍 고속버스를 타는 행운이 생겼다. 대전 도착!
오랬동안 기다리고, 기다린 만큼 기대도 컸던, 그리고 기대만큼이나 저질체력으로 무사히 여행을 끝냈 수 있을 까하는 걱정이 교차한 여행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그리고 사고없이 무사히 여행을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엇보다도 초보자 2명을 이끌어 주신 선배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 이번 여행의 경로를 지도에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자전거 여행자가 많아서 강진행 시외버스를 놓친 경험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