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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프롤로그

by Gurapher 2024. 3. 17.

비행기표를 예약할 때는 4월 28일이 언제 오나 했는데, 이제 거의 1달 앞으로 다가왔네요!

결혼 30년 기념 선물로 아내와 제게 순례길을 선택했습니다.
순례길에서 부부로 함께 살아온 30년을 기억해보고 앞으로 함께 살아갈 30년을 생각해보기 위해 걸을 예정입니다.

여행은 설레임 반에 기대 반이 되어야 하는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걱정이 앞섭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여행이 아니라 고행의 길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체력이 급격히 하향 곡선을 그리는 나이에 800여Km를 걷겠다는 것은 큰 도전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었던 도전은 타인과 상호 작용에서 발생하고 그들과 함께 풀어야 하는 도전이었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풀어야 하는 삶에서 기인하는 도전은 극복 과정이 어렵고 힘든 여정입니다.
그러나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도전은 오롯이 제가 선택한 도전이고 저만이 풀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생에서 생긴 도전보다는 해결하기가 그나마 수월할 것 같습니다.

순례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하루하루 정해진 거리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이죠.
어쩌면 우리의 인생과도 같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의 해결책은 제가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오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내일 해결하면 되지요.
저 혼자서 해결이 안되면 jump라는 컨닝(?)도 있지요! ㅎ

산티아고 순례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변수는 체력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 길은 2차 방정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하기 전에 해결해야하는 비행기표, 준비물 등이 해결되었다는 전제하에 2차 방정식이라는 겁니다,
딴지 걸지 마세요! ^^ )
체력과 시간이라는 변수를 잘 다뤄야하는 문제이지요.
타인과 함께 풀어야하는 n차 방정식에 비하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ㅎ
그러나 속단은 금지라서 이 시간에도 2차 방정식을 수월하게 풀기 위해서
이 카페를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이미 산티아고 방정식을 이미 풀어보신 선배들이 포진해 있다는 겁니다.
풀어본 것이 아니라 1타 강사가 포진해 있고 제가 손만 들면 그 자리에서 명쾌한 해답을 준다는 점이죠!
이 곳 선배들께 문의할 때마다 산티아고 방정식에서 변수가 하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들어 감사드립니다.

제가 지금까지 없앤 변수는 출발날짜, 비행편, 순례 일정 등입니다.
D-3일차 4.28(일) : 인천 -
D-2일차 4.29(월) : 프랑스 보르도 공항 도착(11:05), 보르도 시내 관광
D-1일차 4.30(화) : 보르도 출발 - 생장 도착, 그레덴셜 발급
D-Day 5.1(수) : 생장 출발 - 론세스바예스 도착, 포도주 1병 ^^
이후 일정은 상황에 따라 결정할 예정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구해논 해(解)입니다.
나머지 일정은 체력과 몸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 같습니다.
순례일정이 비슷해서 어쩌면 길동무가 될 수 있는 분들과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베낭에 표주박 같은 컵이 달려 있으면 저희 부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서로 인사하며 기운을 복돋는 순례길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PS. 4월에 출발하기에 4월방에 올렸습니다. 방의 성격과 맞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샤알라, 케세라세라, 주님의 뜩대로, 나무아미타불....

여기까지가 제가 구해논 해(解)입니다.
나머지 일정은 체력과 몸상태에 따라 결정될 것 같습니다.
순례일정이 비슷해서 어쩌면 길동무가 될 수 있는 분들과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8년에 듣도 보지도 못했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고 했던 첫째가 던진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인 아이가 800Km를 걷는다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8Km면 이십리 길이고 80Km는 이백리 길인데, 800Km라니....
그 중학생이 800Km를 완주하고 완주증과 사진을 보내왔을 때 기쁨보다는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는 길입니다.
첫째 아이가 걸었던 그 길을 이제는 아내와 함께 걸으려고 합니다.
이번 까미노에는 사리아(Sarria)부터 첫째애가 함께 1주일을 함께 걷겠다고 합니다.
2008년에 제가 부르고스로 날아가서 1주일 동안 100여Km를 함께 걸었던 기억이 좋았다고 합니다.
첫째 아이가 동행하는 이유는 이제 성인되어서 2008년 혼돈의 시간을 다시 회상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에게는 힘이 되어 줄테고, 큰 애는 앞으로 살아갈 인생의 길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