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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한여름의 덕유산 종주

by Gurapher 2017. 7. 21.

덕유산은 향적봉을 당일 일정으로 다녀오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서 향적봉 대피소에서 숙박을 하고

향적봉과 중봉을 다녀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은 몇차례 종주를 하였으나

대중교통을 이용한 덕유산은 불편하여 종주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보다 종주의 매력이 덜할 것으로 짐작하여 

종주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서 몸이 더 약해지기 전에 

덕유산 종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숙제와 같은 것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뽐뿌를 넣어 줍니다.

이번 여름 휴가에 덕유산 종주를 하자고 합니다.


교통이 불편하던 

다른 산보다 덜 매력적이던 간에

종주를 해보자고 아내가 권합니다.


당장 삿갓재 대피소를 예약하였습니다.


이제 종주 코스를 잡아봐야 겠습니다.

일반적인 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을 것같으며

저질체력을 감안하여 영각사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코스의 난이도와 거리를 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약 27Km로 1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천천히 가면 될 것 같습니다.


대전에서 영각사까지 가는 교통편을 알아봅니다.

함양을 경유하는 가는 방법과 거창을 경유하여 가는 방법이 있습니다.

경로를 찾던 차에, 지리산을 등반할 때 이용했던 대전-백무동 시외버스가 서상을 경유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차량으로 대전에서 서상까지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 것 같습니다.


 

   대전복합터미널(07:10) - (1:25) - 서상시외버스터미널(8:35) - (택시, 0:15) - 영각사입구(08:50)

   또는

   대전복합터미널(07:10) - (1:25) - 서상시외버스터미널(8:35) - (버스, 0:30) - 영각사입구(09:10)



함양에서 영각사까지 운행하는 농어촌버스의 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함양 - 영각사 (농어촌버스, 70분 소요, 0597-963-3745 함양교통)

   함양발 : 06:30, 07:30, 09:30, 13:00, 15:30, 17:00

   영각사발 : 07:45, 08:55, 10:55, 14:15, 16:45, 18:25 




이제 출발합니다.


대전에서 지리산을 1일 1회 왕복하는 시외버스가 덕유산지역인 서상과 함양을 지납니다. 





대전을 출발한지 약 1시간 전도 지나서 서상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영각사를 왕복하는 군내버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각사 입구까지 택시로 갈지 버스로 갈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군내버스는 8:40경에 출발하였습니다.



버스에는 기사님을 제외하고 승객은 우리부부가 전부 다입니다.

영각사로 이동하는 중에 기사님이 버스운전을 하게된 계기를 말씀하시고 서상지역 소나무의 특성을 말씀하십니다.

버스안은 3명의 대화장소로 바뀌어져있었습니다.

지역 주민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버스는 영각사 입구 정거장에 도착했습니다.



도로에서 벗어난 농로는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있어서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마치 1,500m 고지의 능선 길을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영각사 입구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를 지나자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전날 내린 비와 새벽에 내린 안개가 뒤엉킨 물이 나뭇잎에서 빗물처럼 떨어집니다.

떨어지는 물을 무시하고 지나기에는 양이 제법 많아서 베낭 커버가 필요합니다.




계속 이어지는 돌계단에 함께 동행한 아내가 힘들어 합니다.



돌계단도 힘들지만 자욱하게 낀 안개가 산행을 더욱 힘들게 만듭니다.

습도 100%의 대기는 땀의 증발을 방해하여 힘이 두배로 듭니다.


그러나

안개로 둘러싸인 숲은 산행의 신비스런 모습을 선사합니다.




돌계단이 끝나갈 즈음에 정식 계단(?)이 나타납니다.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집니다.

시각적으로 끝이 않보이게 이어지는 계단은 산을 오르기 전에 등산객의 심신을 지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등산객보다 저 긴 계단을 설치하려고 애쓴 인부들을 생각해보았습니다.

등산객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고생을 감수하지만 

인부들은 어떤 의무감으로 고생을 감수했을 겁니다.

그 분들을 생각한다면 

이런 정도의 고통은 투덜거리지 않고 오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니

무겁던 발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끝이 없어 보이던 계단을 오르니 시야가 확 트입니다.

어느덧, 남덕유에서 경치가 가장 좋은 곳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안개는 아름다운 경치를 가리고 있습니다.

보일듯 말듯한 산은 언뜻언뜻 자신의 모습을 잠시 보여주었다가 이내 안개 커튼을 제 자신을 감추어 버립니다.

보는 이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제정신으로 있으면 안된다는 걸

여러번의 산행으로 이미 알고 있습니다. 


막걸리는 이때 필요합니다.

서상터미널 슈퍼에서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사온 막걸리입니다.


1945년 부터 술을 빚어온 00양조장에서 청원쌀로 만든 막걸리라고 표지에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수년간 막걸리를 만들어 온 필자의 입맛에 합격점을 주고 싶은 담백한 맛입니다.

혹여 서상이나 함평지역을 다녀가실 일이 있으면 한 잔 시음을 권하고 싶습니다.



농주로 입을 즐겁게 하는 동안 

산을 휘감고 있던 안개 커튼이 걷히더니 이내 산의 모양이 온전히 보입니다.



남덕유산으로 가는 길목에는 예쁜 꽃들이 피어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꽃의 이름을 몰라서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남덕유 산에 올랐습니다.

탁트인 조망을 기대했건만 안개가 드리워져 주변의 봉우리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남덕유 봉우리에 올랐다는 것으로 만족해야했습니다.



대학 때, 술은 산에서 먹어야 한다고 선배들이 말했었습니다.

산에서 먹는 술은 젖과 꿀로 변하여 산행으로 고단해진 육체에 힘을 주며

정신적으로는 산행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몽혼제로 변합니다.

그런데 맛있는 술은 그 효과가 증대됩니다.

그래서 저는 산행에는 되독이면 맛있는 술을 준비하려고 노력합니다.


국내에서 만들 술 중에 제입에 맞는 맥주를 준비했습니다.

생협에서 만든 비어락이라는 에일맥주입니다.




어느덧 월성재에 도착했습니다.

몽혼재로 혼미한 뇌가 대피소로 힘들여 가지말고 황점마을로 하산하여 막걸리나 한사발 더 하자고 권합니다.

거절하기 어려운 유혹에 넘어갈 즈음에, 앞서가던 아내가 빨리 오라고 손짓합니다.

아내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는 걸 보니 몽혼제가 조금 약했나 봅니다. 

이정도의 약발로는 아내의 부름을 거절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삿갈골 대피소까지 약 2.9Km가 남았습니다.



간간히 보이는 덕유능선이 아쉽습니다.

저 구름 너머의 능선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몽혼제의 약발이 사라질 즈음에 삿갓골대피소에 도착했습니다.



대피소에 먼저 도착한 분들이 저녁을 즐기시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우리도 저 보기 좋은 장면의 일부분이 되기 위하여 자리를 잡습니다.



삿갓재 대피소의 침상이 독립형 침상이네요.

개별 침대가 놓아져 있는 듯이 좋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전기 콘센트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대피소에서 우연히 어떤 부부와 담소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부부는 2년 반동안 100여개의 산을 다니신 고수였습니다.

1년이 약 52주 ~ 53주 이므로 2년 반이면 약 125주입니다.

125주동안 100여개의 산을 가려면 

2년 반동안 거의 매주 산을 다녔다는 말이 됩니다.

대단합니다. 


저녁 식사에 곁들인 몽혼제때문에 첫째날 사진은 더 이상 없습니다.

몽혼제의 효력이 좋아서 간밤에 꿀잠을 잤습니다.



새벽의 대피소는 분주합니다.

먼길을 일찍 떠나려는 산객님들의 바쁜 마음이

아침을 준비하는 손놀림이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움직입니다.



10시경에 폭우가 예정되어 있어서 서둘러 길을 떠났습니다.



무룡산 정상 부근에 이르니 온통 원추리꽃입니다.

원추리꽃 재배 화원에 와 있는 듯합니다.



무룡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에 원추리가 연이어 피어 있습니다.



원추리를 보며 오르는 계단은 힘들지가 않습니다.

안개가 드리워진 원추리꽃이 아릅답습니다.

청명한 날에 보는 원추리꽃도 좋지만 안개가 드리워진 원추리꽃이 더욱 예쁘게 보입니다.

보일듯 말듯한 원추리에 초점을 맞추어 가며 원추리꽃을 봐야 하기에 더욱 이쁘게 보이나 봅니다.



대피소를 출발한지 약 1시간만에 무룡산 정상에 섯습니다.

대피소에서 무룡산까지는 경사가 완만한 능선길이라서 체력적으로 어렵지 않았던 길입니다.



대피소에서 향적봉을 향해 가는 능선길이 무척 아릅답습니다.

한사람이 걸을 수 있는 오솔길이 계속 이어지는 능선길이 아름답습니다.



설악산이나 지리산 처럼 사람이 많이 몰리는 산의 능선길은

한사람이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좁게 만들어진 길은 많지 않습니다.

있어도 그 길이가 짧은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덕유산의 능선길은 능선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만한 경사에 오솔길같은 등산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늦은 가을에 이 길을 걷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조금씩 내리던 비가 이제 본격적으로 내립니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데 산을 휘감은 안개는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이시간의 기상도입니다.

덕유산근방에 비구름이 가득합니다.

적색으로 표시되는 부분에 강한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덕유산 부근이 적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강한 비에 판조우의가 속수없이 침수당하고 있습니다.

고아텍스 등산화와 고아텍스 방수상의도 강한 비앞에서는 별로 효과가 없네요.

오히려 비닐우의가 비에 대한 저항력이 훨씬 좋네요.


비를 맞으며 어느덧 동엽령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판초우의안으로 스며든 빗물은 산행으로 덥혀진 몸을 식히더니

이내 체온마저 내리고 있습니다.

비를 맞으며 산행을 하니 한여름이긴 하지만 한기가 돕니다.

당초에 향적봉과 칠봉을 거쳐 무주구천동으로 하산하는 계획을 수정하여

동엽령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듭니다.

숲사이로 굵은 빗줄기가 사진에 찍혔네요!



동엽령에서 안성으로 내려가는 하신 길은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닙니다.

약 1시간 30분만에 내려 온 것 같습니다.



비가 잠깐 머춘 사이에 잠자리들이 다리 난간에 도열해 있네요!



비를 맞으며 안성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강한 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에 흠뻑 젖었습니다.



금간산도 식후경!

갑자기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의 결론이 생각이 나네요!

행복은 좋은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 같네요!

지역 택시기사님의 추천으로 간 집인데,

주인장께서 아주 화끈하시고 음식 맛도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추억을 샇았던 덕유산 종주는 이렇게 마무리를 합니다.


향적봉까지 가기로 했던 당초의 계획을 이루지 못하여 다소 아쉬운 산행이었습니다.

동엽령에서 향적봉까지 평탄하고 아름다운 길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있습니다.

산행하기 좋은 가을이되면 걷지 못한 그 아름다운 길을 아내와 다시 걸어 보기로 생각하며 



덕유산 산행 결과를 정리해보겠습니다.


  - 교통편

    · 대전 → 영각사 : 대전복합버스터미널(07:10) → 서상터미널도착(08:30) → 서상터미널군내버스(08:40) → 영각사(09:00)

    · 안성탐방센터 → 대전 : 무주읍 안성탐방지원센터 → (택시, 8,000원) → 안성버스터미널 → (시외버스 14:10, 무주 경유) → 대전복합버스터미널(15:40)

  - 산행 소요 시간

    · 영각사(9:00)-철계단시작점(11:36)-휴식(0:30)-남덕유산(12:30)-점심식사(0:20)-고개(14:00)-삿갓봉3거리(15:50)-삿갓골대피소(16:20)-(1박)-대피소(7:00)-무룡산(8:00)-동엽령(10:12)-칠연폭포3거리(11:42)-안성탐방지원센터(12:05)

  - 기타

    · 전기 : 대피소 내에 침상부근에 전기 콘센트 시설이 잘되어 있음

    · 식수 : 대피소 외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없으며, 삿갓골대피소에서 샘터까지는 60m 라는 거리 표지판이 의심이 될 정도로 길며, 경사가 급해서 물뜨기가 꽤 힘듬

    · 화장실 : 대피소의 화장실이 대피소치고는 깨끗한 편임

    · 침상 : 1층은 독립형 침상이며, 2층은 내무반식 침상

    · 조리실 : 대피소의 규모에 비해 크고 깨끗한 편

    · 기타 : 대피소에서 슬리퍼를 제공하여 매우 편하게 이용하였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