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목
제목이 눈에 들어오는 사진이 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제목이라던지
사진과 제목이 기막히게 잘 맞는, 그런 제목들이다.
이런 경우에 제목이 사진을 돋보이게 한다.
<나의 작은 바람은 큰 바람이 되어>
출처 : 제23회 대한항공사진 공모전 동상, 박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런던이 방울방울>
출처 : 제22회 대한항공사진 공모전 은상, 김영선, 영국 런던
그러나
사진에 제목을 붙이는 일은 내게는 고역이다.
사진을 촬영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진철학의 풍경들"에서 진동선씨가 강조한 것을 보면
사진을 보고 무엇인가를 유추할 수 있는 제목이나
무엇인가를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제목을 붙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진을 촬영할 때
어떤 것을 표현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촬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촬영하겠노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상황에 닥치는 대로 사진을 촬영하였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에 제목을 붙이고자 하니, 어려운 일이 된 것이다.
오래 전 부터 주말농장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주말농장에서 캔 감자와 고구마를 구워먹은 적이 있다.
그 날 구운 감자는 상처가 나고 싱싱하지도 않은 약간은 시들은 감자였다.
약간 시들은 감자를 구워내니 구워진 후의 모습도 먹음직해 보이지는 않았다.
밖은 땅거미가 내리는 시각이어서 구어진 감자는 더욱 초라해보였다.
내가 가난한 농부라면 구워진 감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고 생각하였다.
갑자기 고흐의 "감자먹는 사람들"이라는 작품이 생각났다.
<감자먹는 사람들, 빈센트 반 고흐>
하루종일 일을 하고 식탁에 둘러않은 그림속의 농부들은 감자를 어떻게 보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에서 상처나고 조금은 덜 싱싱해보이는 감자가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맛난 음식이었으리라.
그리고,
그림속에서 감자먹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촬영을 하였다.
촬영 전부터 상황을 상상하며 사진을 촬영하니 사진에 제목을 붙이기가 수월하다.
아울러 사진의 느낌도 살아나는 것 같다.
처음으로 맘에 드는 제목을 붙여본다.
< 감자먹는 사람들>
이제,
생각의 틀을 조끔씩 깨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사진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