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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겨울 끝자락의 계룡산

by Gurapher 2016. 3. 8.


한강을 단번에 얼게 했던 기세 등등하던 겨울이 

남쪽의 따뜻한 기운에 밀려

계절의 주인 자리를 슬쩍 내려 놓은 날이다.


산행을 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이다(2016년 2월 11일).


오늘은 지석골로 올라서 삼불봉을 거쳐 계룡산에서 가장 멋있는 탐방로로 알려진 자연능선을 타기로 했다.

지석골 등반을 위해서 지나야 하는 학림사 사찰의 안내석이 등산객을 반긴다. 



오늘의 산행 개념도이다.

산행 코스는 

지석골 - 작은배재 - 문골삼거리 - 큰배재 - 삼불봉 - 자연능선 - 관음봉 - 은선폭포 - 동학사 - 지석골 이다.

장군봉에서 문필봉까지 이어지는 계룡산 종주코스 중에서 약 2/3 정도를 걷게 된다. 




전체 길이는 약 10Km이며 난이도는 그럭저럭 걸을만 한 코스이다.

산행시간은 예상 시간보다 초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막걸리때문에....




학림사의 유명한 약수터를 지나서...




지석골 탐방지원센터를 지난다.



요 몇일간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으나, 그늘진 곳에는 아직도 잔설이 남아 있다.




작은배재 안내판을 지나고





문골 삼거리를 지나고




큰배재를 향해 가는데, 

이 곳도 그늘지역이라 잔설이 남아 있어서 아직도 겨울임을 느끼게 한다.



큰배재 안내문이 보이고, 이어서 남매탑을 향해 간다.






큰배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너럭바위에 올랐다.

계룡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몇군데 있는데, 이곳이 그 조망 포인트 중에 하나인 곳이다. 




아득히 먼 곳이라 느껴진 곳에 기어 올라와 암상에 앉아 탁트인 경치를 조망하는데 

술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어찌 즐거움을 아는 자라 할 수 있겠는가?

전망 좋은 곳에서 인생의 평생 친구와 막걸리 한잔을 앞에 두고 마주 않는다는 것은 

산행의 즐거움을 이미 넘어 선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위대한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막걸리 한잔으로 산행의 또다른 희열을 느끼고

우리가 목적한 곳으로 가기위해 자리에서 일어 선다. 




발아래로 계룡산의 상징인 남매탑이 보인다.

오른쪽 해우소쪽으로 난 길을 가다보면 계룡산의 숨겨진 비경인 심우정사가 나온다.


그러나 남매탑에서 심우정사로 가는 길은 누군가에 의해 언제부터 막혀 있다.

남매탑을 돌아 심우정사에 이르러 그 곳에서 먹던 약차가 생각난다.

약초의 진한 향기를 내뿜던 그 약초차를 한잔 마시고 가라고 말씀하시던 심우정사의 보살님과 

본래부터 불교에는 무딘 내게 설법을 하시던 목초스님이 그리워진다.


막혀진 길이 점차 사라져 버리듯이 

목초스님과 보살님의 얼굴도 기억속에서 사라지고 

그들의 존재 기억만이 남아 있다.


다만,

신혼 초에 심우정사에 방문했을 때 목초스님이 써주신 글귀가 

집 안 한쪽에서 사라져 가는 심우정사의 기억을 지탱해주고 있다. 





삼불봉으로 가는 길에 접어 든다.





삼불봉에서 하산할 때 볼 수 있는 천황봉의 경관이 펼쳐진다.





계룡산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또 다른 장소에 올랐다.





천황봉, 서래봉, 관음봉, 자연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잔설이 남아 있는 천황봉의 풍경




이제는 관음봉을 올라가는 철계단을 향해 간다.




이 철계단은 오르기전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한숨을 토하게 만든다.


철계단을 피해갈 우회로가 있는 것도 아니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더 어려운 길이거늘

그러니 어쩌겠는가, 

한숨을 토했으니 기어서라도 가야지.




철게단 뒤로 오늘 걸어온 봉우리가 보인다.




그럭 저럭 오르다 보니, 어느덧 철계단이 끝나고 관음봉 봉우리에 올랐다.





은선폭포로 하산 경로를 잡았다.



은선폭포로 하산하는 길은 돌계단이 이어지는 어려운 길이다.

돌계단의 경사가 급해서 조심해서 내려가지 않으면 무릅이 시큰거린다.

저 돌계단으로 올라오는 것에 비하면 하산 길이 수월하기는 하지만 

급경사 돌계단을 장시간 내려간다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다.



따뜻한 날씨에 잔설이 녹은 물이 돌계단에 뭍어 있어 돌계단이 미끄럽다.

20여년 전에 이곳에서 미끄러져서 허벅지가 찌져진 경험을 하고 난 후에는 

낙석주의 표지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하산 길이다.



내려가다 보니 어려운 돌길이 끝나고 있다.



어느덧 동학사 경내에 도착했다.

역시 사찰은 해질녁에 방문해야지 사찰의 고즈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동학사 주차장에서 지석골 주차장까지 이어진 길을 걸어 갔다.

해직녁의 골목 풍경을 볼 수 있는 길이다.



약 5:20 정도의 코스를 7시간에 걸쳐 걸은 것 같다.


7시간만에 산행의 즐거움을 넘어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어디에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