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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내리는 대둔산

by Gurapher 2016. 3. 1.

눈내리는 대둔산




전날 약하게 눈이 내렸다.

새벽녁에도 눈이 내리고 있다.

덕유산을 가면 눈꽃이 아주 멋지게 피어 있을 것 같다.


덕유산으로 가자!

다소 늦은 시간에 출발하였다.

덕유산까지의 이동거리를 생각하니 걸어서 등반하여 하산하기에는 시간이 다소 부족하다.

무주리조트에서 관광곤도라는 타고 향적봉에 오르고, 

중봉을 거쳐 오수자굴로 하산하면 시간이 맞을 것 같다.


고도라를 타기 위해 무주리조트에 곤도라 상태를 전화로 문의한다.

오늘은 바람이 강하게 불어 곤도라 운행을 일시 중단했단다.

언제 재개할지 모르는 상태라고 한다.


우리는 목적지를 호남의 금강으로 불리는 대둔산으로 급히 바꿨다.


전라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위치에 일주문 비슷한 것이 서있다.

일주문 뒤로 눈덥힌 대둔산이 빼꼼히 보인다.





도로에서 보는 대둔산은 하얀 눈으로 덮혀 있다.

눈덮힌 대둔산은 어여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차에서 내려 잠시 대둔산을 구경하는 사이에

약간 파란색을 띠던 하늘이 순식간에 흐려진다.

눈꽃은 햇살이 비치는 파란색 하늘일때가 가장 멋있다.


파란 하늘이 흐려지는 것을 보니 도로에서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하늘이 더 흐려지기 전에 산에 올라야 한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눈꽃을 생각하니 마음이 점점 더 급해진다.




대둔산에 도착하니 거의 정오가 되었다.

날씨가 더 흐려지기 전에 산에 올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득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정상에 가까이 갈 수록 눈꽃의 모양이 더욱 멋있어 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르는 동안

케이블카 창너머의 하늘은 파란색과 회색를 번갈아 보여 주더니,

케이블카에서 내릴 때가 되니 회색 하늘만 보여준다.

뭐야 이건!




파란하늘이 열려주기를 기대하며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로 향한다.

그러나 하늘은 이미 잔뜩 흐려져 있다.


하늘은 흐려있지만 전망대근처 나무에 핀 하얀 눈꽃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구름 다리 근처의 눈꽃은 훨씬 멋있었다.

등산하던 모든 사람이 다리 위에서 줄지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파란하늘이 아니어도 좋을만큼 눈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구름다리 밑의 등산로에도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다.



하늘은 비록 흐리지만 눈꽃이 아름다워서 사진을 더 찍는다.




삼선계단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계단을 잠시 내려가야 한다.



이윽고 나타난 삼선계단




하얀 눈을 뒤집어 쓴 나무들이 약수정 휴게소를 보호하듯이 둘러싸고 있다.



삼선계단 꼭대기에서 뒤돌아본 풍경,

구름다리와 삼선계단 출발점이 보인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도 하얀 눈꽃이 피었다.




대둔산 꼭대기임을 상징하는 개척탑이 보인다.

개척탑을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저 자리에 개척탑대신에 지리산 천황봉에 세워진 것과 유사한

작은 안내석을 세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개척탑을 세우기 위해 고생하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왠지 인위적인 개척탑의 모양과 자연의 모습인 대둔산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개척탑을 내려오는데 잠시 햇살이 비친다.

역시 햇볕을 받은 나무의 눈꽃이 빛난다.



하산전에 낙조대 산장을 다녀오기로 했다.




다른 위치에서 촬영한 개척탑

인위적인 조형물이 산 정상에 저렇게 크게 서있는 모습이 아름답지는 않다.




흐린 하늘이지만 소나무가 멋있다.

돌만 있고 흙이라고는 한주먹도 안되는 곳에 소나무가 용케도 잘 자라고 있다.

소나무의 모습이 무척 단아해 보인다.

소나무가 암수가 있다면 암놈일 것이 분명하다.





하늘이 흐린 것을 아쉬워하며, 눈꽃을 감상하던 중에 거짓말처럼 하늘이 열렸다.




파란하늘을 배경으로 촬영한 눈꽃은 산호를 연상케한다.

아마 산을 오를 때부터 하늘이 파랬으면, 지금의 감동은 덜했으리라.




다시 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파랏던 하늘은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흐려진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진 눈꽃은 충분히 감상하였다.


이제 우리가 가기로 했던 낙조산장으로 발을 옮긴다.




저멀리 보이는 낙조산장은 눈꽃으로 둘려쌓여 있다.



낙조산장에 도착하였다.

우리는 준비해온 김치를 안주로 시원하게 냉각된 막걸리로 

오늘의 노고에 대해 스스로를 격려하였다.



하늘이 열려서 경치를 하염없이 구경하고

산장에서 막걸리로 피곤함과 추위를 녹이는 동안 시간이 꽤 많이 지나갔다.

당초에 예상했던 시간에서 많이 지체된 것이다.

이제 하산을 해야 한다.


하산하는 케이블카는 오후 5시가 마지막 케이블카다.

당초 계획은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었다.


케이블카를 타기까지는 약 1시간이 남아있는데

1시간내로 케이블카를 타는 곳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

하산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정표에 용문골까지 400m라고 기록되어 있다.

400m?

400m라면 무척 가까운 거리가 아닌가?

우리는 400m라는 표시를 반신반의하며 용문골 매표소로 하산길을 정했다.




하산 초입길은 걸어 가기가 딱 좋은 경사였다.



그러나 이내 가파른 돌계단이 나타난다.

대둔산의 악명높은 가파른 돌계단이 나타난 것이다.

돌계단은 거의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진다.




이정표가 나타났다.

용문골 매표소 1.1Km!


허걱, 

능선에서 본 400m 용문골은 용문골 매표소가 아니라

용문골 삼거리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약 1.1Km를 더 내려가야한다.


약 400m 돌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무릎이 시큰거렸는데, 

아직 1.1Km를 더 가야한다고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돌계단이 눈으로 덮혀있어서

돌계단보다는 눈덮힌 풍광을 보느라 

지루한 하신길은 아니었다.




하신중에 작은 암자를 만났다.

암자의 규모와 암자의 만들새를 보니 어릴적 동네에 있던 암자를 보는 듯하다.




암자가 초라하다는 생각보다는 정겹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어릴적에 동네에 있던 암자가 생각나서 인지 모르겠다.



그럭저럭 하산을 하였다.


대둔산 등산로를 걸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둔산은 돌계단으로 시작해서 돌계단으로 끝나는 산인 것 같다.


하늘은 흐렸지만 멋있는 눈꽃이 좋았고,

챙겨간 막거리가 있어서 

더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