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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5월의 향수 100리길

by Gurapher 2015. 5. 23.

가족과 함께하는 향수 100리 자전거 길


산을 탈때도 그랬고, 

자동차 여행을 할 때도 그랬다.

자전거를 탈 때도 달리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산을 탈때는 정상은 가야 했지만, 정상 정복이 목적은 아니었다.

등산 중에 조망이 좋은 장소가 나오면, 

자리를 잡고 경치를 보며 망중한을 보내 곤 했다.


망중한 시간 중에, 

입이 즐겁지 않으면 망중한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경치를 즐기니 눈이 즐겁고,

먹거리가 있으니 입이 즐겁고,

망중한을 즐기니 정신이 개운해지며,

옆사람과 수다를 즐기니 귀가 즐거워진다. 

그래서 항상 남들보다 산을 타는 시간이 길었다.


사람의 성격은 무엇을 해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가보다.

자전거를 탈때도 그러하다. 


 


목적지까지 빨리 달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입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는 

자전거에 짐을 싣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짐이 많아 질 수록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번 향수 100리길은 자전거에 싣고가는 짐이 꽤나 많다.

 


국내의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이 좋아하는 향수 100리 자전거 길은 

대청댐과 금강변을 끼고 커다란 원을 도는 길이라서

경치가 매우 아름답고 운치가 있는 길이다.


향수길은 약 50Km의 거리이며,

사람에 따라 다르나 쉬지 않고 갈 경우 2:30 - 3:30 정도가 소요된다.

 



향수길 초입의 벗꽃나무가 멋있다.

 

대청댐 길에 들어서니, 

꽃내음이 가득하다.

바로 이맘때 절정인 찔레꽃 냄새이다.

장사익씨의 노래로 더욱 유명해진 꽃이다. 

 


향수 100리길 중에 경치가 좋은 곳 중에 하나다. 

대청호와 산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절경을 이룬다.

 


소정리라는 동네에 이완작가의 작품이 있다.

 


소정리 버스정류장을 이완작가가 정지용 시인의 책상으로 꾸며놓았다.

정지용 시인이 보았을 법한 책과 잉크, 

그리고 백열등 스탠드가 버스정류장 책상 위에 묘사되어 있다.

정류장 옆에는 정지용 시인을 위한 대형 걸상이 있다.

아마 정지용 시인은 몸집이 컸었나보다. ㅋ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멋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방치한 상태로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이 안타깝다.

 


향수 100리길 중에서 이곳이 자전거여행객들에게는 가장 위험한 길이다.

소정리와 장계유원지 사이의 길인데,

저전거 전용 도로가 없을뿐먼 아니라, 

자전거가 지나갈만한 갓길도 없다.

그래서 자전거를 끌고 몸을 최대한 도로밖으로 빼고 걸어야 한다.

자전거타기가 익숙치 않은 사람은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편이 차라리 좋을 듯하다.

이길은 오르막 경사길인데 약 200m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등뒤로 보이는 경치는 해외의 유수 관광지보다 나은 풍경을 보여준다. 

 


위험지역을 지나 인포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안남면으로 들어서면 

자동차가 뜸해지며 비교적 조용한 길이 이어진다.

 


종미리에 들어서니, 언덕 위의 당산 나무옆에 정자가 보인다.

오늘 우리가 점심을 먹을 장소로 점찍었다.

 


오늘 점심을 위해 준비해온 짐을 풀었다.

코펠, 버너 등 조리 도구와

주물럭, 상추, 밑반찬, 밥, 과일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담근 막걸리가 눈에 띤다.

 


일단 생삽겹을 구워보고...



야외에서 먹는 식사는 언제든지 맛있다.

더구나 운동 후에 식사는 더욱 맛이 있다.

이런 즐거움으로 자전거를 탄다.


이제는 산에서 요리를 할수 없기에 오래전에 산에서 느꼈던 느낌이다. 

 


식사 후에 다시 라이딩.


5월의 농촌은 모내기 준비로 분주하다.

지난 가을과 올해 초에 깨끗하던 농로길이

모내기를 준비하는 흙길로 변해 있었다.

모판을 옮기고 이항기를 옮기던 경운기 바퀴에 뭍어 있던 흙이 농로에 떨져서

콘크리트길이 황토길로 변했다.

힌색의 콘크리트길보다는 노란색의 흙길이 운치있어 좋다.

 


향수 100리길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인 것 같다.

산과 강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산과 강, 그리고 자전거 길이 직선으로 약 1Km정도 이어진다.



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막내 라이더의 모습이 오월의 나무처럼 싱그럽다.

 


경치가 좋고 물이 좋은 곳이라서 

캠퍼들이 벌써부터 캠핑을 하고 있다.

 


일부 비포장 길을 지난다.

비포장길이라 하나 땅이 굳어져 있어서 

자전거를 타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 그런 길이다.


멀리 강아래 백사장에 캠핑족들이 여유로워보인다.

 


비포장 길에서 내려와서 강과 맞닿은 강가의 길을 달려본다.

 


여울 낚시와 릴낙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붐빈다.

 


보리가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향수 100리길의 거의 마지막 지점인 금강휴게소.

금강휴게소에 들러서 구입한 시원한 아이스크림과 음료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금강휴게소 옆으로 이어진 길이다.

금강과 맞닿은 길인데, 운치가 있어 좋다.

 


향수 100리길의 마지막 언덕 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곳이 가장 힘든 코스라고 한다.

 


6시간 55분

쉬엄쉬엄 쉬어가며 자전거로 향수 100리 길을 완주하는데 소요된 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5시간을 넘기지 않는 다고 하던데,

우리는 거의 7시간이 걸렸다.


경치 좋은 곳이 나오면 경치보며 따끈한 커피 한잔하고,

멋진 곳이 보이면 사진찍고,

출출하면 라면 끓여먹고

자전거를 타니 7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쉬엄쉬엄 라이딩"의 진수를 즐긴 것 같다.

 


집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다시 싣고 출발! 

 


집으로 가던 중에 냉면이 땡겨서 

60년 전통의 원미면옥에 들려서 냉면 한사발씩!

 


금강산도 식후경, 냉면 맛, 쪼~~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