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뭐..산티.., 뭐라고?"
2008년에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겠다고 하였습니다.
"산티아고? 뭐하는 곳이지?, 스페인의 도시인가? 성당 이름인가? 아니면 남미의 도시인가?"
계획이 어찌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며칠 동안 얼마나 걸을 것인지를 중학생에게 물었습니다.
40여 일 동안 스페인에서 800여km를 걷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세상 물정 모르는 중학교 1학년이 이국땅에서 1달이 넘는 기간에 8km가 아니고 800여km를 걷겠다고?
조선시대 과거를 보러 가는 길보다도 더 긴 거리를 중학교 1학년이 걷겠다고?
과거길은 목적이 있는 길인데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 목적도 없이 걷기만 한다고?
"국민교육헌장"에 따라 교육을 받았고, 야근이 일반시 되던 시대에 직장에 다니던
당시의 저로서는 중1인 아들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특정한 목적이 없이 그 먼 거리를 "무작정" 걷는다는 것에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여행을 간다고 하면 이해가 될 법했습니다.
인솔하는 선생님이 계시긴 했으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인솔 선생님과 여러 차례 만나고 설명을 듣고 책자 등을 읽으면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이해도가 점점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초보 부모로써 중1 아들의 나이를 생각할 때, 첫째 아이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아들은 순례길로 떠났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그 긴 거리를 완주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학생은
지금은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가기 위해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가도 될까요?
우리 부부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간다는 것을 첫째 아들이 알고는 전화로 그러는 겁니다.
"저도 가도 될까요?"
2008년 당시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아들의 근황이 궁금했었습니다.
그래서 인솔하시는 선생님들께는 피로회복제인 "소주"를,
아이들에게는 원기회복제인 "컵라면"을 전달하기 위해 바리바리 짐을 싸서 스페인으로 날아갔습니다.
부르고스(Burgos)부터 100여Km를 "그 중학생"과 함께 걸었습니다.
우리 부부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그 중학생"이 사리아(Sarria)부터 함께 걷겠답니다.
이제는 성인이 되어 15년 전에 본인이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걷고 싶다고 합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을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방학을 이용해서 함께 걷겠답니다.
우리 부부에게 힘이 되고 싶고, 당시의 기억을 회상해 보고 싶다고 하네요.
아들의 생각이 가상하고 고맙습니다.
(그러나 아들의 여비를 마련해야 하는 현실은 우리 부분의 몫이 되었습니다. ㅠㅠ)

이래저래 기대와 걱정이 뒤섞여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입니다.
2024년 4월 28일, 출국일이 기다려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