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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에 대한 단상

사진을 즐긴다는 것

by Gurapher 2018. 1. 28.



취미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사진이라고 말합니다.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말에는 

사진기를 가지고 촬영지에 가서 촬영을 하고 현상 및 인화하여 사진으로 출력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지난 필름시절에 사진을 취미로 하는 경우에는 현상과 인화라는 과정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진다는 것,

필름으로 사진을 하던 시대에는 그랬습니다.

필름을 현상하여 이미지를 살피는 동안 손으로 필름의 감촉을 느낍니다. 

루페로 이미지를 자세히 보는 동안 시각과 촉각이 사용됩니다. 





디지털 사진이 대세인 요즘에는 현상과 인화를 컴퓨터가 대신합니다.

컴퓨터를 이용하여 디지털 사진을 곧바로 모니터에 띠웁니다. 

모니터와 마우스를 이용하여 디지털 사진을 감상하는 것이죠.

눈으로 모니터를 보며 손으로 마우스를 조작하여 사진을 보는 것은 필름을 루뻬로 살펴볼 때 손과 눈을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른 것이 없습니다. 

마우스와 모니터는 디지털 사진을 볼 때 사용하지만,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보고서를 쓰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도 사용합니다. 

마우스와 모니터는 디지털 사진에 특화된 도구는 아닙니다.

반면에 아날로그 사진은 필름, 루페, 라이트박스, 트리밍자 등 사진에 특화된 도구를 사용하여 사진이라는 취미 활동을 하게됩니다.





체험한다는 것

오감을 이용하여 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하여 제품을 보고 만지는 쇼핑의 즐거움은 온라인 쇼핑에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 쇼핑만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그래서 도심에 백화점이 있고, 동대문에 의류 전문 매장이 있고, 남대문에 등산 전문 매장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사진을 위해서는 사진에 특화된 도구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몸을 움직여 출사지에서 촬영을 하고, 촬영한 결과를 루페나 인화한 사진으로 확인하는 사진취미는 어쩌면 온몸으로 체험하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날로그 사진에 대해 아련한 감정을 갖게되는 것은 몸으로 체험한 느낌을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디지털의 편리함으로 아날로그 카메라를 만져본지가 꽤 오랜된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 사진에서 필름을 만지던 촉감과 사진으로 인화하여 눈으로 확인하던 즐거움을 요즘에는 모니터와 마우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맘에 드는 사진이 있으면 사진으로 인화하던 이전과는 다르게 모니터의 배경 사진으로 활용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출력하지 않습니다.

시각과 촉감으로 느끼던 사진의 즐거움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니콜라스카는 그의 저서 유리감옥에서 디지털의 편리성이 증가할 수록 삶에서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헬리콥터를 타고 지리산 천황봉에 간 사람과 백무동부터 한발 한발 땅을 밟고 천황봉에 다다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같을 수는 있으나 그 즐거움의 깊이와 감동을 분명히 다릅니다.






사진을 즐긴다는 것

사진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촉감을 사용하여 사진을 즐길 수 없지만 시각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습니다. 

오감으로 즐길 수 없다면 최소한 시각만이라도 제대로 즐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맘에 드는 사진을 출력하여 액자로 만들어 제 책상 위나 벽에 걸어둡니다. 

액자화 한 사진을 집에 걸어 두지만 때로는 회사의 사무실에 걸어두기도 하고, 아파트의 엘리베이터에 걸어두기도 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저의 사진을 보게 됩니다. 

물론 근무하는 직장에서 제가 찍은 사진을 보게 됩니다.






사진을 액자화하는 아날로그식 사진 취미는 어쩌면 시간 낭비이며 쓸모 없는 비용 지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 취미의 즐거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 오감으로 느끼는 아날로그적 사진 취미를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