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진/사진에 대한 단상

오래된 추억을 보내며...

by Gurapher 2017. 3. 4.


고등학교 때부터 사진에 관심이 많았으나,

당시에 카메라는 부자집이나 소유할 수 있는 귀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때 사진 활동을 한다는 것은 

부자집 아이들만이 하는 특별한 활동이었죠.


직장생활을 하면서 사진을 하게 되었고, 

사진을 시작하면서 보유하게 된 카메라가 니콘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한 카메라는 N90s라는 필름카메라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갖고싶어하던 카메라가 생겼으니, 

카메라에 대한 저의 애정은 남달랐습니다.




갖고 싶었던 카메라가 생겨서 동호회에 가입을 하고 사진 취미생활을 하게되었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온동네를 헤집고 다녔습니다.


아이들이 생기면서 피사체는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집이 되었습니다.


* Nikon N90s, 1999년, 제주도 한림공원


시간이 지나면서 디지탈 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똑딱이 디카를 사용하다가 니콘 DLSR D100을 구입하였습니다


디지탈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부터 N90s는 보관함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한번 자리잡은 N90s는 현재까지 그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러나 렌즈는 카메라를 바꿔가며 잘 사용하였습니다.


D100, D200을 거쳐 D700을 2008년도에 구입하여 현재까지 사용하였습니다.

렌즈는 단렌즈, 줌렌즈, 마크로 등, AF렌즈를 하나둘씩 사모으면서  

니콘 카메라 가족이 대식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 Nikon D100, 2004년, 충남


2008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D700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때나, 

동호인들과 함께 출사를 갈 때면 

항상 제 손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D700에 애정이 가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주었기 때문이죠.

D100이나 D200도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과 가장 오랜 시간동안 함께 했던 카메라는 D700이었습니다.


큰아이가 초등학교때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둘째 아이가 유치원시절 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태어나면서 중학생이 될 때까지 세째의 모습을 담아 준 카메라는 D700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준 D700에 더욱 애정이 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 Nikon D700, 2009년


시간이 지나면서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가 늘어갔습니다.

카메라와 렌즈의 무게는 변화가 없는 것 같은데,

어찌된 것이 카메라의 부피가 점점 더 커지고

무게도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 같습니다.

늘어나는 장비의 무게만큼 저의 팔의 힘은 줄어드는 나이가 되었던 겁니다.


줄어드는 팔근육에 비례하여 작은 카메라를 찾게되고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 보니 DLSR과 렌즈의 크기와 무게가 점점 짐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느 때부터 인가 가족 여행을 갈 때나 출사를 갈 때,

D700 대신에 미러리스 카메라를 챙기게 되었습니다.


* Nikon D700, 2011년, 뉴욕


D700도 N90s처럼 카메라 보관함에 자리를 잡고는 

1년 정도 외출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D700으로 사진을 찍은 지가 거의 1년이 되었습니다.


카메라 보관함에서 쉬고 있는 D700에게 새 주인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D700을 팔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옆에 앉아 있던 둘째가 팔지말라고 합니다.

D700을 보면 그동안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며 그냥 집에 두자고 합니다.

중고 장터에 내놓기 위해 사진을 찍던 저는 매매용 사진 찍는 일을 일을 접어야 했습니다.



* Nikon D700, 2015년, 강원도 월정사


그 이후로 카메라를 팔기위한 저의 행동을 아이들이 제지하는 일이 몇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는 동안 카메라함에 잠자는 D700이 여전히 안타깝습니다.

결정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무덤까지 가져가겠노라며 

10여년 동안 렌즈와 악세사리를 사모은 Hasselblad 세트를 

얼마전에 팔아 치웠던 기억이 되살아 납니다.


아이들과 실갱이 끝에 D700을 팔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택배로 새주인에게 D700 세트를 보내기 위해 포장하고 있습니다.

D700과 관련되고 N90s와도 관련이 깊은 렌즈와 플래쉬 및 기타 악세사리 일체를 

택배로 보내려고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 Samsung NX1, 2017년



해외 여행 중에 좋은 장면을 찍겠다고 급하게 가방을 열다가 

후두가 가방에서 모두 떨어지는 바람에 대부분의 후두에 스크래치가 생겼습니다.


장노출 사진을 찍겠다며 뷰파인더로 빛이 새어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파인더 가림막을 자주 사용하여 페이트가 벗겨져 나간 가림막 레버...


카메라는 포장하는 동안 페인트가 벗겨져 나간 곳을 볼 때마다 당시의 기억이 살아납니다.


* Samsung NX1, 2017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D700을 포장하고 택배로 보냈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삼아 20년 넘게 사용했던 니콘 카메라와 작별을 고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을 송두리채 버린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고 후회스럽습니다.


추억을 버린 것 같은 아쉬움과  

손때 뭍은 카메라를 팔아 치운 미안함을

알콜로 지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니콘에서 프리미엄급 미러리스 카메라가 출시된다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어서

니콘 미러리스를 구입할지도 모르겠네요!


휘발성 기억력을 가진 저는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과 미안한 감정이 잊혀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