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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게시판

밋밋한 사진

by Gurapher 2016. 7. 16.
제가 사진을 배워 나가던 때로 기억합니다.

서울의 어느 전시장을 방문했었는데 
산을 주제로 하고 가끔 해를 부제로 찍어 논 사진을 전시하는
전시회이었습니다.

당시에 
사진을 배워가던 초보였던 저는 화려한 산사진을 기대했었습니다.
운해가 꽉 차있는 힘있는 사진, 
또는 빨간 기운이 온 하늘에 펼쳐지고 그 중심에 노란 해가 정점 역할을 하는 사진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사진은 없었습니다.
선으로 이어진 산의 능선과 힘없는 해만 있는 그런 사진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잖게 실망을 하고 돌아섰었습니다.

그런데 
그 전시회의 사진들이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마도 실망을 많이 한 전시회라서 그런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 전시회에서 느낀 그 큰 실망감은 
일출사진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밝고 힘찬 해가 없어도 일출 사진이 되고
해가 없이 새벽 산의 분위기 만으로도 일출사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운 것 같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보는 이에 따라서는 뭐 이런 것도 사진이야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밋밋합니다. 

산의 능선이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해가 힘차게 빛나는 것도 없고,
하늘에 멋있는 구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밋밋합니다.

그러나 
십수년 전에 제게 실망을 안겨준 
그 사진의 느낌이 뭍어나기에
저는 이 사진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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