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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에 대한 단상

작고 가벼운 카메라를 찾아서(NX30)

by Gurapher 2016. 2. 23.


2011년경에 삼성에서 미러리스 카메라 NX11을 출시했다.

DLSR보다는 작은 크기에 

APS-C 타입의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NX11은 

지름신이 나를 괴롭히기에 충분한 스펙과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카메라계에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아직은 마이너인관계로 

다소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여러 사이트의 실력 좋은 고수들께서 작성한  NX11에 대한 리뷰는 

DSLR과 밝은 렌즈의 무게에 지쳐가던 

나를 유혹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접해보는 지름신이고

당시에 미러리스를 갖고 싶었던 나는

 NX10의 후속 버전인 NX11을 구입하였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은 

대체로 2개의 길을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비와 사진에 대한 길이다.


이 두가지 길 중에 

카메라 장비에 대한 길을 걷다가 

사진의 길을 걷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사진에 대한 관심은 장비에 대한 관심으로 나타난다.

이길에는 지름신이라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슈퍼울트라하이퍼 신이 버티고 있고 

장비병이라는 아주 무서운 질병이 기다리고 있다.


장비의 길을 걷다보면

남들이 좋다고 하는 카메라와 렌즈가 어느 순간에 자신의 손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지름신을 만나고 소위 접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접신의 경지에 오르면 마음과 주머니는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경험한다.

장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즈음이면

치료불가로 여겨졌던 징비병이 치료되고 지름신과 일정 거리를 둘 수 있는 내공이 생기게 된다.


이때에 이르면 

장비의 길을 걷던 발거름이

사진에 대한 길로 옮겨진다.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미 사진이라는 본연의 길을 걷게 된다.


사진의 길에도 해외출사 등과 같은 질병들이 많이 있다.

사진길에서 걸리기 쉬운 병에 대해서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자.



나보다 먼저 사진길을 가신 선배분들이 많이 계신다.

나보다 사진 취미를 늦게 시작하신 분들 중에도 

사진의 길을 면밀히 분석하여 명작을 만드시는 분들이 계신다.

우리는 그런 분들을 고수라고 부른다.


나는 취미 사진이라는 길을 한발짝 먼저 접한 사람이다.

사진을 접한 구력이 주변의 사람들보다 약간 길뿐이다.


장비병과 지름신을 만나서 

이런 장비, 저런 장비를 사용해본 사용자이고

취미 사진의 길로 막 접어들어 

이런 사진, 저런 사진을 찍어본 경험자일 뿐이다.




다시 길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장비에 대한 길은 왠만큼 걸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NX11을 구입하였다.


NX11로 사진을 촬영하고 모니터로 보는 순간,

칼자이쓰 렌즈의 다소 과한 색감과

니콘 렌즈의 강한 콘트라스트에 익숙해져 있던 

내 눈에는 NX11의 사진은 뭔지 모르게 부족했다.


후지 벨비아 50 슬라이드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다가

후지 리얼라 100 네가티브 필름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는 것 같았다.


국산 카메라를 기다리던 내게  NX11은 실망으로 다가왔다.

며칠 후, 

NX11은 카메라 보관함으로 들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생업이 바뻐지고 주말에 아이들과 지내야 하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사진에 대한 열정이 다소 식어갔다.

출사 횟수가 줄어 들더니 

몇년 지나지 않아 출사는 년 중 행사가 되었다.

년중행사는 biannual 행사로 변했다.


 어느덧 가족 여행이나 등산을 하는 동안 짬짬이 찍은 사진으로 출사를 대신하게 되었다.


여행이나 등산을 하더라도 사진이 취미인 나는 카메라를 항상 휴대하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SLR 카메라의 무게가 짐으로 다가왔다.

렌즈는 줌렌즈에서 단초점 렌즈로 바뀌었다.

어느덧  DSLR에는 35mm 렌즈가 붙박이로 달려있게 되었다.




사고 부족으로 인한 정신 연령은 20대로 고정되어 있는데,

운동 부족으로 인한 신체 나이가 50대로 접어들면서 

가볍고 작은 카메라에 관심이 쏠린다.


항상 휴대가 가능한 스마트폰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은 뭔가가 부족했다.

뭔가가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는 후보정이 필요했고

후보정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파일 커버젼이 귀찮아서 raw로 찍지않는 내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의 후보정을 위해  

포토샵에 시간을 쏟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작고 가벼운, 그러나 화질이 좋은 카메라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카메라 보관함에 들어 있는 NX11이 생각났다.

NX11을 다시 만져 보니 크기와 무게가 마음에 든다.


시험 삼아 찍어보니, 

촬영 결과가 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에는 구렸던 화질이 참을만해졌다. 

약간 탈색되어 보이던 색상이 오히려 세련되어 보이기도 한다.

아마 작고 가벼운 카메라에 꽁깍지가 씌인것 같다.

아니면, 슈퍼울트라하이퍼 지름신이 다른 모습으로 내게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점점 더 NX시리즈에 대해 관심이 간다.

NX시리즈가 출시 당시의 가격과 성능에 비해 중고 가격이 저평가된 것을 알았다.

특히 저평가된 NX30이 눈에 들어 온다.

NX11의 부족한 점이 개선된 모델이다.

역시 지름신은 슈퍼울트라하이퍼 신인 것이 틀림없다.


당장 NX30을 중고로 구입하였다.

NX11을 구입할 때 번들로 달려있던 18-55가 다소 부담되는 크기라서 

작고 가벼운 팬케익 20mm 단렌즈를 구입하였다.




여행을 간다.

보통때 같으면 당연히 DSLR을 챙겼다.

NX30을 들인 후 부터는 고민이 된다.


사실 사진을 찍을 때, 

장비를 준비하지 않아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의 

자괴감은 겪어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장비가 없는 경우는 장비가 없어서 결과가 그럴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으나,

장비를 챙기지않아서 좋은 순간을 놓치는 경우는 자신의 경솔함을 두고두고 탓하게된다.




그런데, DSLR을 가져가자니 무거워서 부담이 되고, 

NX30을 가져가자니 DSLR에 비해 사진 품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래저래 고민이 된다.


그런데,

만약 이번 여행에 NX30을 가져가지 않으면

앞으로도 NX30은 여행이나 등산을 할때 가져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DSLR에 대한 미련을 떨치고 NX30을 가져가기로 결정했다.




NX30+20mm를 가지고 떠난 여행에서 내 관심은,

NX30이 좋은 카메라라는 것을 내자신에게 각인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야 다음번 여행이나 등산에도 작고 가벼운 NX30을 가져갈테니.


그래서 사진을 잘 찍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밑천이 짧은 내가 사진을 잘 찌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잘 찍으려고 노력하지 말구, 평소에 하듯이 여행사진을 사진찍기로 했다.






파리의 에펠탑이 세워질 때, 

에펠탑이 흉물스러우니 해체하자고 파리시민들이 농성을 했다.

국가는 시민에게 20년 뒤에 에펠탑을 허물겠다고 약속하였다.

시간이 흘로 에펠탑을 해체할 시기가 다가오자

이번에는 에펠탑을 해체하지 말자는 시민의 농성이 있었다한다.

그래서 오늘날의 에펠탑이 있다고 한다.


누가 그랬던가, 

자주보면 사랑하게된다고.


좋은 점만 생각하다보니 NX30이 

내 요구사항(작고 가벼운, 그리고 화질이 좋은)을 만족하는 카메라가 되어 있었다.




NX30과 NX20mm 렌즈의 성능에 감동하여,

삼성의 팬케익 렌즈를 모두 구입했다.


NX10mm, NX16mm, NX20mm, NX30mm



이제는 여행이나 등산에 NX30+20mm+10mm를 들고 다닌다.

작고 가벼운, 그리고 화질도 쓸만한 카메라를 찾던 내게 딱맞는 카메라로 NX가 자리잡았다.



NX30을 사용하면서 2%가 부족한 걸 느낀다.

색감이 다소 약하고 초점잡는 속도가 약간 느리다.

시간이 지나면서 속도에 무뎌지고

색감에 덜 민감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역신 그분은 슈퍼울트라하이퍼 신인 것이 틀림없다.

요즘 주변에서 맴도는 것 같다.





부족한 2%를 채워넣은 놈이 눈에 보인다.

NX1이 눈에 아른 거린다.

NX1은 NX30에 비해 작지도 가볍지도 않다.

그런데도 눈에 아른거린다.


완치되었다고 생각한 장비병이 재발될 조짐이 보인다.

이럴때는,

아내의 잔소리가 특효약임을 지난 10여년 간 겪어봐서 안다.


여보, 처방전 좀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