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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진에 대한 단상

유산여독서 - 연하천대피소, 삿갓재대피소 풍경

by Gurapher 2017. 8. 2.

대피소 풍경


설악산은 높게 솟은 봉우리의 기상이 하늘을 찌를 듯하여 남자와 같다고 합니다.

반면에 둥굴둥굴한 봉우리가 연이어 이어지며, 

그 봉우리 사이로 계곡이 깊 지리산은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이며 무리한 응석을 부려도 받아주지만

자식의 잘 못된 일에 대해서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혼내는 분이 어머니입니다.

지리산이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는 의미를 요즘에 알 것 같습니다.


지리산 

종주때 항상 숙박을 하는 산장이 연하천 산장입니다.

연하천 산장은 봉우리 아래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그래서 산장에 들면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마치 어머니가 어서 오라고 팔을 벌려 반기는 모습이 연상되는 곳입니다.

지리산의 여타 산장들가운데서 식수가 가장 풍부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점도 어머니의 푸근함을 생각하게 하는 곳입니다.


그런 연하천 산장에서 제 눈길을 끄는 것이 있습니다.

산장 벽면이 붙여 놓은 현판과 여러 글귀입니다.

최근에 산장을 개축하면서 현판을 새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새로 만든 현판도 연하천 산장의 분위기를 잘 반영하여 만든 것 같습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적당히 색이 바랜 오래된 현판이 

연하천 산장의 옛풍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현판의 글귀와 산 모양의 그림이 참 멋집니다.




연하천 산장에 가면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란 시의  한 귀절을 음각한 조각품입니다.







대피소 직원의 전언에 의하면 , 

시인께서는 2008년도 즈음에 데피소에 와서 시를 썼다고 한다.


연하천 산장은 이래저래 지리산의 운치를 더해주는 곳입니다.



덕유산에 가면 삿갓재 대피소가 있습니다.

이곳 대피소 한쪽 벽면에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건물 구석 윗편에 걸려있어서 멀리서 보면 그 존재를 알기가 어렵고

가까이 가야만 글귀가 보입니다.


거기에는 유산여독서(遊山讀書)란 문구가 있습니다.

산에 머무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

저의 짧은 한문실력으로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글귀입니다.


.




멋들어진 현판이 어떻게 만들어 진 경위가 궁금하여 대피소에 전화를 했습니다.

대피소 직원의 말에 의하면 10여년 전에 무슨 산악회에서 걸고 갔다고 하며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이에 정보를 찾고자 인터넷을 뒤지니 2012년에 북상산악회라는 단체에서 설치(2012.1.10)한 것을 알았습니다.

출처 : http://cafe.daum.net/buksangmc/9iy9/79

이런 멋진 글귀를 보고 읽고 감상할 수 있게 해주신 북상산악회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 멋들어진 글귀의 출처가 궁금하여 인터넷을 검색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글을 남기셨더군요.


이중에서 류진창 사진작가님의 블로그의 설명을 인용하겠습니다.

"조선의 문신이자 학자인 어유봉(1672-1744)  유산(遊山) 독서(讀書) 같다고 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것만 독서가 아니고 명산을 노니는 것도 또한 독서와 같다고 생각한 것이다."

출처 :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azTO&articleno=249


또한 유산여독서의 의미를 찾다가 등산의 묘미를 잘 풀어주신 곳이 있어 소개드립니다.

"삿갓재 대피소에서 '유산여독서(遊山如讀書)'라는 글귀이다. 약간 곡선으로 굽어진 나무판자에 적힌 예서체 글씨는 멋이 넘쳤다. "산에서 노니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고려 말의 목은 이색을 비롯하여 조선의 퇴계 이황, 어유봉 등의 시문에 글귀가 발견된다. 그날 이후 '遊山如讀書' 내가 산에서 즐겨 쓰는 글귀 중의 하나가 됐다. "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ss_pg.aspx?CNTN_CD=A0002356303&PAGE_CD=&CMPT_CD=



아마도 퇴계 이황선생의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여유산(讀書如遊山)   

讀書人說遊山似 - 책 읽기는 산을 노니는 것과 같다고 말들 하는데

今見遊山似讀書 - 이제 보니 산을 노니는 것이야말로 책 읽기와 같네

工力盡時元自下 - 온 힘을 쏟은 다음에 스스로 내려오는 것이 그러하고

淺深得處摠油渠 - 얕고 깊은 곳을 모두 살펴보아야 하는 것이 그러하네

坐看雲起因知妙 - 가만히 앉아 피어오르는 구름 보면 묘미를 알게 되고

行到源頭始覺初 - 근원에 이르러 비로소 원초를 깨닫네

絶頂高尋免公等 - 그대들 절정에 이르기에 힘쓸지니

老衰中輟愧深余 - 늙어 중도에서 그친 나를 깊이 부끄러워할 따름이네

출처 : https://blog.naver.com/lucky21/150123148216



산을 왜 오르냐고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 질문에 저는 딱히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다만 지금까지는 우수개 소리로 

술(정확히는 막걸리)을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산에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이렇게 대답하려합니다.


독서하러 간다고...

지리산을 읽으러 간다고...

 

지리산의 식물, 

지리산의 구름, 

지리산의 사람들,

지리산의 철학에 대해 읽으러 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