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보고 온 제주도
폭설과 강풍으로 발이 묶인 제주 여행
겨울 한라산 등반이 정규 행사로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2016년 1월 22일 금요일
2016년도 한라산 등반 정규 행사에 참여한 멤머들의 비행기를 타기 전 인증샷
한반도 상공에 북극의 시베리아 한기가 내려와서 한강이 어는 등, 한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갑작스런 한파에 따른 서해안 지역 폭설로
충청, 전라 지역은 아직도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제주시에 도착하여 허기를 달래기 위해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식당을 찾았다.
"어머니와 고등어", 거리는 약 2Km 안쪽이란다.
도착해서 안 사실인데, 직선 거리가 1.7Km인데,
제주공항의 뒷쪽에 위치한 식당이라서
식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공항을 반바퀴 돌아야 한다.
식당으로 가는데 30분 정도가 소요된 것 같다.
어쨌든 식당에 도착하여 생선 조림으로 허기를 채운다.
식사에 반주는 필수!
제주도에 왔으니 제주도 생막걸리를 마셔줘야 예의가 아닌감?
숙소 도착.
숙소는 서귀포에 자리잡은 아파트형 콘도로
2015년도에 묵은 곳이라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익숙하다.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산행을 하기 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른 국밥 전문점
식사를 하기 위해 앉기만 하면 반주다.
조식이건 중식이건 석식이건 간에 식사에는 항상 술이 있어야 한다.
술이 좋아서가 아니라 속을 달래주는 일종의 음료수라나?
어쨌든 한라산 정복을 위해 각 일잔씩을 든다.
주문한 국밥이 생각보다 맛있었다.
아침 식사를 끝내고, 한라산을 향해 가는데, 날씨가 흐려진다.
당초에는 한라산을 오르려 했으나,
기상조건이 좋지 않아서 영실로 코스를 바꾸었다.
영실코스를 오르기 위해 1100도로를 타고 가는데,
산록도로교차로에서 경찰이 차를 세운다.
대설주의보가 발령중이라서 체인 유무를 확인하는 중이란다.
검문소를 지나 약 5분 정도 지나니 도로에 눈이 쌓여서 체인없이는 진행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체인을 체우고 다시 영실로 고고씽~~
영실입구에 도착하니 눈은 함박눈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한라산국립공원 표지석에 하얀점이 점점이 찍힌 것 같다.
영실에 도착하니, 함박눈이 더 내린다.
마치 한여름에 소낙비가 내리듯이 눈이 내린다.
허걱!
대설주의보가 대설경보로 바뀌었다.
대설경보가 발령되면 입산이 금지된다고 한다.
영실코스가 입산금지로 바뀌었다.
영실등산로 입구는 이미 폐쇄되었다.
눈이 많이 내리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눈을 뜨고 서있기도 불편할 정도이다.
아쉽지만 하산을 해야 한다.
국립공원 직원들이 대설경보로 인한 입산 금지를 알리며,
빨리 하산을 하라고 독촉을 한다.
시간을 지체하면 하산하는 도로에 눈이 쌓여서
차를 도로에 버리고 걸어서 내려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빨리 하산을 하라고 계속 독촉을 하고 있다.
등산로에는 발을 들여놓지도 못하고 주차장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110도로에는 이미 차량의 통행이 끊긴 것 같다.
영실로 올라가는 지프형 콜택시만 간간히 보일뿐 도로에는 차가 없다.
폭설로 인한 한라산 등반 금지라는 좋은 기사거리를 기자들이 가만히 둘리가 없다.
표현이 좋다.
"제주 폭설에 한라산 등산객 수 백명 '발 동동' "
한라산 등반 불가에 대비하여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을 미리 예약해 놓았었다.
미리 탐방을 예약한 거문오름에 도착하니
직원들이 눈을 치우고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탐방로가 미끄러워 위험하다며 탐방을 취소할 예정이란다.
우리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탐방을 허락해 달라는 읍소를
직원들이 받아들여서 2개 시간 예약자를 한꺼번에 이끌고 탐방을 시작한다.
해설자의 맛깔나는 해설 덕분에 거문오름의 소중함을 알고 간다.
오름으로 가는 길의 경치도 볼만 하다.
탐방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문 덕분에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거문오름 정상에서 보는 경관이다.
날씨가 쾌청했으면 좀 더 멀리까지 잘 보였을텐데,
눈이 내리는 날씨로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으나,
운치가 있어 좋다.
오름의 중간중간에 땅속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곳이 있다.
이곳은 따뜻한 바람덕에 한겨울인데도 녹색의 나뭇잎을 볼 수가 있다.
쭉쭉 뻗은 나무가 보기가 좋다.
나무이름이 뭐라고 했는데, 당췌 기억이 나질 않는다.
뉘신가요?
거문오름 전망대
전망대는 오름의 정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름의 분화구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 1시간 코스와 3시간 코스가 갈린다.
탐방안내소로 가면 1시간 코스,
능선을 타면 3시간 코스.
우리는 3시간 코스를 선택하였다.
쭉쭉 뻗은 나무와 쭉쭉 뻗은 롱다리 탐방객
하루 종일 눈과 바람이다.
눈이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옆에서 날아온다.
고개를 숙여도 별 효과가 없다.
옆에서 눈이 불어오니 머리를 숙여도 얼굴에 눈이 부딪힌다.
할 수 없다.
얼굴을 숙여도 눈을 맞고 고개를 들어도 눈을 맞는 판이면
차라리 얼굴을 곳곳이 들고 눈을 맞아보자.
가는 길이라도 볼 수 있도록, 얼굴을 들고 눈을 맞아보는 거지.
일행 중에 한분이 소개해준 백숙집
반기문총장께서 드시고 맛있다고 친필 서명을 하고 가셨네!
충청도 양반께서 맛있다고 하셨는데, 실없는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메뉴판도 안보고 주문한다.
"토종닭 백숙이요!"
"막걸리도 한병 주세요!"
백숙도 맛있지만 식사로 나온 녹두죽이 더 맛있는 듯!
일행 중에 한 분이
아침부터 계란 후라이가 먹고 싶다는 분이 계셨는데,
식당에 앉자마자 주인마님께 부탁한다.
"계란 후라이 좀 안될까라?"
우리는 그 분을 "진상고객"이라 칭하기로 했다. ^^
주인마님께서
평소같으면 안해주는데,
폭설로 손님도 없고,
우리가 마지막 손님이라 "싸비쓰" 차원에서 해주신다며
'들지름"에 토종계란으로 계란 후라이를 해오셨다.
오호,
이제까지 먹어본 계란후이이 중에 2번째로 맛있는 것 같다.
계란 특유의 잡내가 없고 고소하다.
계란이 고소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진상고객" 형님 덕분에 맛나는 특식을 먹었다. 감사합니다, 행님!
가로수에 쌓인 눈.
폭설인 관계로 평소 50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2시간 정도 걸려 간 것 같다.
기왕에 늦은 거, 차나 한잔하자!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좋았던 까페
내부도 깔끔!
다음날 일어나니 눈이 더 많이 쌓여 있다.
밖의 세상은 흩날리는 눈발과 밤에 내린 눈으로 하얀 세상이 되어 있다.
차로 넘쳐나야 하는 메인 도로에 차가 거의 없다.
마지막 날에 먹으려고 사다 논 술을 시원하게 냉각시키기 위해 천연 냉장고인 눈내리는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
하나 둘씩 술을 먹다 보니, 병을 들어 낸 자리로 몇개를 먹었는지 확인이 된다.
아침에 베란다에 놓아둔 소주병 옆으로 눈이 쌓였다.
제주는 눈이 옆에서 온다.
베란다 문앞에까지 쌓여 있는 눈.
폭설과 강풍으로 제주도를 오가는 모든 교통편이 두절이 되었다고 한다.
이제 고만 좀 와라.
폭설로 움직일 수가 없어서 숙소에 머물고 있다.
다음날 아침에 창밖을 보니 눈이 더 쌓였다.
늙은 조식을 먹고 나니 날씨가 좋아졌다.
날씨가 좋아져 도로로 나갔더니, 도로에 차가 거의 없다.
나온 김에 송악산으로 차를 돌렸다.
구름에 삐져나온 햇살이 내리는 송악산의 모습이 보기가 아주 좋았다.
송악산 해안선에 눈이 멋있게 쌓여 있다.
송악산에 관광객이 많이 오면 관광객을 태우는 말
이 녀석이 오늘은 한가한 모양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를 보더니 사진을 찍어달러고 내게 다가 온다.
그래, 증명사진을 찍어주마.
속눈섭이 길게 아주 잘 나왔구만!
늦은 조식에 이어
늦은 점심식사를 하려 식당을 기웃거린다.
폭설과 강풍이 부는 날에는 관광지를 찾아 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식당 주인은 가게문을 걸어 잠그고 어디론가 놀러간듯 하다.
국수짐 아지매도 동네로 마실갔는 갑다.
꺼멍국수집 아저씨도 동네 아저씨들이랑 고스톱치러 간것 같다.
기어코 식사를 하리라는 집념으로 식당을 찾아 오다보니 송악산에서 협재해수욕장까지 왔다.
대단한 집념이다.
메뉴에도 없던 오뎅탕을 시켰다.
식당에 도착하니 식당 주인께서 식당 가족들이 드실려고 오뎅탕을 준비 중이었다.
그 광경을 보신, 그 "진상고객"께서 오뎅탕이 먹음직스럽다며
내게 오뎅탕을 먹을 수 없는지 물어봐 달란다.
그래서, 메뉴에도 없던 오뎅탕을 주문하여 먹었는데,
아주 맛있었다.
"아줌마, 막걸리 한병 주세요!" ㅋㅋ
다른 테이블은 제주 5겹살
속을 달래기 위해, 근처의 까페로 ...
내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 중인 명작이 여기서 만들어 졌다. by "진상고객"
육지로 가기 위한 표를 구하기 위해
공항 바닥에서 뒹굴고 있다.
공항바닥에서 뒹굴지 한참 만에 드디어 표를 구했다.
그런데 구한 표의 출발시간이 3시간 정도 지연된다고 한다.
3일도 기다렸는데, 3시간 정도는 가볍게 기다릴 수 있다.
드디어 비행기에 탄다.
청주 공항에 도착!
형님들 덕분에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특히 "진상고객" 형님 덕분에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
2박 3일로 계획한 여행이 4박 5일이 되었다.
겨울에 폭설과 한파로 교통편이 끊겨 발이 묶인 제주 여행객에 대한 뉴스를 본다면
이번 한라산 여행이 생각날 것이다.